용성삼절(龍城三絶)
남원학 연구소
노상준
그 고장의 문화를 알면 그 고장의 사회가 보인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나라와 나라 사이 울타리가 낮아졌고 쉽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는 잊어버리고 외국문화에 동화되어 간다. 그래서 지역문화를 제대로 가꾸지 못한 대다수의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지방문화자원을 문화발전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지역경제는 날로 침체하여 간다.
남원에는 용성삼절이 있다. 용성(龍城)은 남원의 애칭이며 고호이다. 삼절(三絶)이란 세 가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 세 가지 뛰어난 것이란 뜻이다. 용성삼절은 황희(黃喜;1,363-1,452) 김삼의당(金三宜當;1,769-1,823) 강아(江娥)를 가르킨다.
황희는 장수황씨로 고려조에서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명재상으로 유명하신 분이며 조선조(1,418-1,422년) 교하로 유배되었다가 남원에 이배 와서 광한루의 전신인 광통루를 만들게 하여주신 역사 깊은 인물로 그 분이 남원에 이배 와서 지금 광한루원 근처의 초당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운서(韻書)만 탐독하면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태종은 사헌부에 명하여 오치선(吳致善)을 유배지에 보내어 유배생활을 보고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향토지에는 마치 황희가 귀양생활을 하면서 건립한 것 같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잘못이 있는 것 같다.
김삼의당(金三宜當)은 남원이 낳은 여류시인으로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사대부가 여성도 아니요 황진이나 매창 같은 기녀출신도 아닌 여염집 가정주부로서 260여수의 명작시를 남겨 놓았다. 부부의 애절한 정과 우리고장의 아름다운 풍치를 노래하며 님을 그리던 평범한 아낙네였다. 그분이 남원에서 태어나 같은 나이 같은 마을의 하립과 결혼, 중년에 남편 하립의 고향인 진안으로 가서 살다가 생애를 마쳤다. 삼의당 유고가 남아있고 숙대에서 시문학 교재로 사용하였다. 진안에는 삼의당 묘가 있고 사당과 기념사업회가 있다.
강아(江娥;紫薇)는 송강(松江鄭澈;1,536-1,593)이 전라도 관찰사로 재임시 남원의 동기(童妓)였던 자미(紫薇)를 사랑하자 세상 사람들이 송강의 강(江)자를 따서 “강아”라고 불렀다. 송강은 1582년 9월 도승지에 임명되어 강아에게 석별의 시(詩) 자미화(紫薇花)를 지어주고 임지인 한양으로 떠났다. 그 뒤 강아는 송강에 대한 연모의 정이 깊어 함경도 강계로 귀양가 위리안치 중인 송강을 찾았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나자 선조는 특명으로 송강을 다시 소환. 1592년 7월 전라 충청도 지방의 도제찰사로 임명되었다. 이 때 강아는 다시 송강을 만나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적진을 뚫고 남하하다가 적병에 붙잡히자 의병장 이량(李亮)의 권유로 자기 몸을 조국의 제단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적장 소서행장(小西行長)을 유혹 아군에게 첩보를 제공하여 결국 전세를 역전시켜 평양성 탈환의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 100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잔다르크”와 같은 위대한 여성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 후 강아는 소심(素心)보살이란 이름으로 입산수도하고 고양 신원의 송강 묘소를 찾아 한 평생을 마감하였다. 강아의 묘는 고양시 신원리 송강마을에 있다.
이곳은 송강 정철이 말년에 기거하다가 죽었다하여 부쳐진 지명이며 강아의 묘도 송강마을에 있고 고양시에서는 기념비를 세우고 추모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남원시에서는 용성삼절로 불리는 황희나 삼의당, 강아에 대한 추모 사업을 소홀이 하고 있다. 아예 관심도 없다. 지금이라도 황희가 유배생활을 하였던 초당을 만들고 황희유배생활과 청백리로써의 생활모습을 널리 보여주자. 지금 조성중인 “예촌”지구(총공사비 272억 5,400만원)에는 숙박시설과 생활전시관 특산물 판매장, 화장실 등을 건립한다고 하는데 걱정스러운 일이 앞선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하는 사업이 시민들의 무관심과 소외 속에 진행되고 있음은 안타깝다. 남원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명품으로 만들고 세계화하기 위해 벤처 농업육성을 위한 마케팅 센터를 건립하여야 하고 앞으로 예촌 제2지구를 조성함에 있어 시민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구태의연한 조성계획을 하여서는 안 된다.
황희의 유배생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초당도 건립하고 강아의 사당도 건립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김삼의당을 기념하는 기념관은 그가 태어난 유천마을 인근에 세웠으면 하고 기념관이 어려우면 삼의당 정자라도 만들었으면 한다.
남원시는 용성삼절을 널리 알리는 기념사업을 지역을 생각하는 시민과 더불어 좀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나감으로써 예향 남원의 위상을 높이고 침체된 남원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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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1 16:0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