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청 국장의 죽음
진실을 알 권리, 상처받지 않을 권리, 그리고 시민의 의무에 대하여
진정한 삶이란 생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남원시청 국장의 죽음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혹자는 그의 죽음을 생존관계 속에서 발생한 한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 견해에 동조하거나 침묵하기에는 나의 양심은 참으로 불편스럽다.
누구든지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죽음 앞에서는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시장의 권력도, 노조의 그 어떤 명분있는 투쟁도, 위로해주어야 할 피해자의 아픈 상처도, 일부 시청공무원들의 비겁한 그 못된 처신도, 할 일은 있으되 자신들의 역할도 모르는 시의원들의 무능함조차도, 국장의 죽음보다는 가볍다.
그러나 아무리 귀하고 큰 목숨일지라도 진리와 정의를 부정하거나 훼손할 수는 없다. 지금껏 우리들은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서 진리를 추구하였고 목숨으로 정의를 지켜왔다.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으며 그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도 있다. 누구든지 진리를 독점할 권리는 없고, 진실을 알 권리 앞에 우리는 모두가 평등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국장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겠다. 내가 이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다. 이번 사태의 그림자는 누군가의 은폐와 회유 등으로 처음에는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국장의 죽음으로 아픈 흔적을 남겼다. 발이 없다던 사람이 발자국을 남긴 꼴이며 손가락이 없다던 사람이 지문을 남긴 셈이다.
우리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남원시 국장의 자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승진대상자인 국장의 성추행의혹을 노조로부터 사전에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문제가 없다며 승진인사를 감행한 남원시장에서부터, 처음 문제제기를 한 노조, 고소한 직원인 피해자, 자살한 국장의 유가족, 이 소식을 접한 평범한 남원시민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절망감, 분노와 무력감, 수치심과 비루함까지도 남기게 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우리들의 상처받은 감정들은 누구의 책임때문에 생긴 것이며 누구에게 보상.치유를 받아야 하는지? 분노감까지 이르게 하였다. 이번 국장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상처받지 않게 할 의무가 있음을 알았다. 내가 이글을 쓰는 두 번째 이유다.
어쩌면 국장의 죽음은 시장도, 노조도, 피해자도, 유가족도 예견할 수 었었던 당황스런 사건이었다. 이들이 국장의 죽음을 내몰지는 않았다. 법적 책임도 없다. 노조나 피해자는 일말의 양심적 가책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나 피해자의 양심적 가책이, 성추행의혹이 있는 국장을 승진시켜 결국 미필적이나마 파행과 죽음에 이르게 한 남원시장의 인사적 오류와 남원시 최고책임자로서의 관리책임보다는 분명코 크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성추행피해를 제보한 남원시청 여직원들, 성추행의혹을 제기한 노조, 성추행피해를 수사하거나 상담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성추행의혹을 은폐.회유하려 했던 권력자들과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사람들로 인해 함부로 왜곡되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애틋하게 염려가 된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영혼이 있는 남원시청 공무원이라면, 여하튼 피해자인 동료여직원이 상처받지 않도록 할 의무와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할 의무가 있다.
시민들은 이번 국장의 성추행의혹에서 국장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 속에서 진실을 은폐하여 보고했거나, 피해자들을 회유하여 더 큰 상처를 주었거나, 피해자와 노조를 악의적으로 비난하여 본질을 흐리게 하는 영혼 없는 일부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시장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남원시장은 이번사건의 진상을 남원시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여하튼 결국 최종적으로는 이번 사건의 몸통과 방점은 남원시장에게 있다. 지금 문제해결의 열쇠도 남원시장에게 있다. 우리 시민은 이제 남원시장에게 직접 그 책임을 묻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무능한 시의원들에게 이번 사건의 문제해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 깨어있는 남원시민이 직접 연대하고 행동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읽는 시민들에게 “당신은 이 글을 시민적 양심에 의하여 순수하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감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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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10: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