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고] 똥이 귀한 시절 뒤보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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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귀한 시절 뒤보기를 아십니까?


전)남원문화원장/ 위생약국 약사 노상준


 지금은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이니 옛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요새는 길을 가다 함부로 오줌을 누면 경범죄를 범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반드시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화장실 문화’란 말이 생겼다. 이제 변소나 통시 또는 측간이라는 말은 없어진 셈이고, ‘화장실’이란 말로만 쓰인다. 옛날에는 밥 먹기와 뒤보기를 다 같이 귀하다고 했다. 밥 잘 먹기만 귀한 것이 아니고, 똥·오줌 잘 누기도 귀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쾌식(快食)과 쾌변(快便)은 같다고 했다. 좋은 시상(詩想)을 떠올리자면 측상(廁上)이 제일이라는 말도 있다. 측상은 요샛말로 번역하면 변기 위에 앉아 똥을 눈다는 말이다. 


 옛날 우리네 조상은 밥 먹기 이상으로 뒤보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똥·오줌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흙이 베푼 은혜를 반이라도 갚을 수 있다는 정신이 뒤보기에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함부로 오줌을 누면 정신머리 없는 놈이라는 욕을 먹었다. 


 들길에서는 오줌이 마렵거든 바깥이나 논가에 가서 반드시 누어야지, 잡초 위에다 싸면 안 된다고 했다. 산길에서 오줌이 마렵거든 나무 아래가 아니면 잡초 위에 누어야지, 돌밭이나 길바닥에 그냥 싸면 못 쓴다고 했다. 


 똥·오줌이 측간이나 논밭에 가면 좋은 거름이 되지만, 길바닥에 버리면 더러운 것이 된다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손자를 데리고 길을 가는 할아버지는 손자가 쉬를 보자고 하면 논밭이 나올 때까지 참게 하거나, 정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길가에서 풀줄기라도 구해 손자의 오줌을 묻혀 들고 가다가 맨 처음 만나는 논이나 밭에다 그 풀줄기를 던져 주면서 손자가 들으란 듯이 “손자 놈이 드리는 귀한 보약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이런 것들이 곧 손자가 할아버지를 통해서 배우고 터득하는 지혜들이었다. 


 비료가 없는 시대에는 아침 일찍 삼태기를 들고 개똥을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똥 도둑도 있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뒤보기를 함부로 하지 않은 까닭을 알고 살았다. 


 좋은 풍습과 정신은 세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도록 해서 고을마다, 마을마다 특색을 갖추어야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는 법이다. 마을 앞 공터에 풀도 베고 매화 작업도 하며 거름도 장만하여 마을 텃밭도 가꾸면 애향심과 이웃 사랑이 절로 날 것이다. 


 오늘날 쓰레기 분리수거 개념은 옛날 뒤보기 정신과 같다. 쓰레기 분리배출과 수거는 큰 자원을 다시 얻는 길이요, 환경 공해를 덜어 주는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