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고] 만취와 마취 - 전)남원문화원 원장/ 위생약국 약사 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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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와 마취


전)남원문화원 원장/ 위생약국 약사 노상준


 술에 잔뜩 취한 상태를 만취라고 한다. 만취가 되면 대뇌 신피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인간의 본능이 드러난다고 한다. 만취와 마취를 비교하면 매우 비슷하다. 마취는 약품에 의해 인위적으로 감각을 마비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상태인데, 술에 만취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취한다는 것은 대뇌와 소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뇌간은 비교적 기능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볍게 취해도 대뇌 신피질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이성적 판단이 약해진다. 만취했을 때는 뇌의 고등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가 된다.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은 술이 피 속에 불사의 생명을 키운다며 술을 찬미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술도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 1950년대 미국 남성들을 사로잡았던 여배우 리타 헤이워스는 술에 의존하는 생활 끝에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알츠하이머병으로 62세에 생을 마감했다.


 술만큼 뚜렷한 양면성을 가진 기호품도 드물다.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가진 약과도 같다. 수술 시 통증을 없애는 마취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기능을 억제하여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며, 만취 상태에서도 뇌의 일부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취했을 때 뇌는 어떻게 될까? 가볍게 취하면 대뇌 피질의 기능이 저하되어 걱정이 줄고 활기가 생기며 유쾌한 기분이 된다. 적당히 취하면 대뇌 피질과 변연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이성의 통제가 약해지고 본능과 욕망이 드러난다.

 크게 취하면 대뇌뿐 아니라 소뇌의 기능까지 저하되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며 기억을 잃기도 한다.


 뇌의 상태만 놓고 보면 만취와 마취는 비슷한 점이 있다. 마취는 약품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감각을 마비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이고, 술에 만취했을 때도 뇌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진행되면 뇌간까지 영향을 받아 생명 유지 기능에도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마취는 수술실에서 엄격한 관리 아래 이루어지므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더라도 적절한 조치를 통해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술을 지나치게 마셔 만취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성경에도 포도주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얼굴을 윤택하게 하며 힘을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적당량의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체내에 들어온 술의 약 80%는 간에서 분해된다. 간은 청주 세 잔 정도를 분해하는 데 약 8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숙취를 해소하려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체외로 배출해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간이 혹사당하여 간 기능 장애나 심장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