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수를 모르고 날뛰면 패가망신 한다 - 전)남원문화원장/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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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원문화원장/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분수를 모르고 날뛰면 패가망신 한다.


분수를 모르고 날뛰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어떤 사람이나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옛날 서당에서 글을 가르칠 때 놀부처럼 되어도 안되고 흥부처럼 되어도 안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상식이 되어있었다. 놀부가 되지 말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 고약한 심사를 경계해서 그렇다. 그런데 흥부가 되지 말라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이유는 이렇다.


흥부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되었다고하자 조강지처를 버리고 양귀비 같은 미녀를 데려다 별당 후원에 화초구경, 옥난간 밝은 달에 둘이 비껴않아 은은히 천녀우의곡(天女羽衣曲)을 듣는다. 또 글이라고는 일자무식인 주제에 제자백가와 사서삼경을 가득 담은 책장을 방안 가득 즐비하게 들여놓고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 말로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즉 처지가 달라져도 분수를 잃지 말라는 교훈으로 흥부처럼 되지 말라 했던 것이다. 


분수를 지키는 것은 반상(班常) 간에 우리의 전통사회에 사는 기본 조건이 있다. 숙종 때 명신 김좌명의 집에 심부름하던 ‘최술’이라는 사동(使童)이 있었다. 김좌명이 호조판서가 되어 최술을 자신의 서리(書吏)로 임명하고 재물의 출납을 담당하는 요직에서 일을 보게 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최술의 어머니가 판서를 찾아와 자신의 아들을 그 직책에서 물러나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 까닭은 이렇다. “홀몸이 된 이래 술이에게 의지하여 보리밥일망정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데 대감에게 잘 보여 서리가 되면서 어느 한 부자(富者)가 술이의 자리에 혹하여 사위로 삼았습니다. 


술이가 제 처갓집에서 호의호식하면서 남들에게 말하기를 뱅어 국도 맛이 없어 못 먹겠다 하옵니다. 그 분수를 잃은 주제로 맡은 직무에 오래 있으면 간이 커져 마침내 죄를 범하고 말 테니 자식이 형벌받은 것을 어찌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일개 상민의 홀어미까지도 분수를 경계함이 이 정도였다. 우리 옛 선비 사회에서는 자기의 기품이나 심덕·견문·처지·경륜·재국을 객관적으로 따져 일분(一 分)에서 십분(十分)까지 분수를 정해놓고 그 분수에 알맞은 집 차림, 옷차림 그리고 음식 차림을 비롯한 행동거지를 검속했던 것이다.


권력형 부정 협의로 잡혀 들어간 전 전두환 대통령 동생 전경환 씨가 구속되면서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분수에 맞게 살았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 한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의 분수보다 대통령의 동생으로서의 분수가 더 큰 분수였을 텐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분수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역(逆) 분수가 그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를 우리 모두 깨우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선거철이 가까이 되면서 특히 출마자들이 자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자 여러분은 국민을 위한 머슴이 되고자 하십니까? 당신은 상머슴인가요, 깔머슴인가요, 주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머슴인가요? 분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